신년회가 끝나고 아직 '18년 1월 초반이다. 날씨는 너무 추웠지만 연말/연초 굵직한 행사를 무사히 완료했기에 마음만은 홀가분하고 편했다. 하지만 이런 홀가분하고 편안한 기분은 오래가는 법이 없다. K2매니저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매니저님,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뭔가 이상하다. 내가 이 회사 입사 이후 같은 팀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한 잔 먼저 제안했던 적이 없었던 K2매니저다. 그 정도로 우리 사이에는 접점이 없었다. 신년회를 같이 준비했다고 해서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기에 이상하리만큼 불안한 기분을 느끼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1. 동료의 퇴사 선언

K2매니저 : 저 곧 퇴사합니다, 매니저님. 팀장님께는 말씀드렸습니다. 팀장님께서는 매니저님께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셨으나 매니저님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그동안 K2매니저로부터 느껴졌었던 불안한 느낌은 바로 이거였다. K2매니저는 전부터 퇴직 결심을 해왔었고 송년회 전에 이미 이직이 확정되어 있었다고 했다. 팀장님께 퇴사 관련해 말씀드릴 타이밍을 보던 중 K매니저의 신년회 업무 떠넘기기로 인해 때마침 말씀드렸다고 한다. 

나 : 그렇군요. 이직 축하드립니다, 매니저님. 언제 퇴사하세요? 너무 아쉽고,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실 테니 축하드립니다.

K2매니저 : 퇴사는 1월 말일자입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매니저님께서도 얼른 여기서 벗어나세요.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아직 이 회사에 입사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에 다음번 안정적인 이직을 위해서는 경력을 좀 더 쌓아야만 했다. (통상적으로 이직을 위해서는 전 회사에서 약 3년 정도의 경력을 살펴본다.) 동료의 퇴사 소식을 접하게 되니 나 또한 마음속에 퇴사의 씨앗이 심어지는 것 같았다. '힘들게 입사한 대기업이기에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지만 찰나일 뿐이다. 동료의 퇴사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과, K매니저를 마주할 때마다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었고 마음속에 퇴사를 품으며 회사생활을 할 뿐이다.

'이런 부정적인 기분에서 벗어나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 모든 직장인들의 바람이겠으나 이루기 쉽지 않다. 늘 주어진 자리에서 필사적으로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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