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매니저의 어두웠던 얼굴 표정이 계속 생각났다.

나 :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불안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L매니저는 K3매니저로부터 업무 관련 모든 인수인계절차를 마무리하였으나 아직 전 직장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질 못했고, 현재 전 직장으로부터의 마지막 휴가기간이기 때문에 약 일주일 후에 정식 출근할 수 있음을 통보하였다. 특이사항은 아니었기에 팀장님께서는 흔쾌히 수락하셨고, 그렇게 L매니저는 일주일 후 정식출근으로 진행하였다. 팀장님께서는 L매니저 개인의 휴가기간 동안 일주일간의 인수인계까지 받았을 정도였기에 혹시 모를 불안함은 없으신 듯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L매니저의 그늘진 얼굴을 봤던 탓에 쉽사리 불안함을 털 수 없었다.

 

1. 연락 두절

K3매니저는 퇴사하였고 L매니저가 정식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팀장님과 나는 평상시와 같이 오전 8시 30분쯤 사무실에 도착했다. K매니저는 오전 8시 45분쯤 출근하였다. 자율 속에 규율(가끔 지나칠 정도로 융통성이 뒤쳐지는)이 있고, 수평을 지향하면서도 수직(때로는 의사소통이 힘들 정도의)적인 회사이기에 팀장님께서도, K매니저도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K매니저가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팀장님 자리로 오면서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K매니저 : 출근 첫날인데 늦네...?

오전 8시 50분에 간단한 팀 회의를 시작했고 시간은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팀장님께서 L매니저한테 연락해 보라고 하셨다. K매니저와 나는 L매니저에게 여러 번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팀장님께서도 전화를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오전 팀 회의는 L매니저의 무단결근으로 별 내용 없이 끝났고, 팀장님께서는 부서장님께 언제 보고를 드려야 할지 시간을 보고 계셨다. 팀장님께서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휴대폰을 보셨다. 그리고는 부서장실에 들어가셨다.

 

2. L매니저의 퇴사(?)

결국 L매니저는 오지 않았고, 팀장님 전화기에 짧은 문자의 답변이 와 있었다.

'출근 안 하기로 했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어디에서도 미안함은 볼 수 없는 건조한 답변이었다. 잠시동안만이라도 부서진 멘탈을 추스르고 싶었으나 팀장님께서 L매니저의 부재로 인해 인원 채용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팀장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시려던 부분이 내가 멘탈이 부서졌던 이유이다.

팀장님 : 공석동안 남은 업무를 어떻게 분배해서 끌고 갈지 K매니저랑 김 XX매니저(나)가 상의해서 알려줘

K매니저 : 전반적인 업무 운영은 김 XX매니저가 하고 제가 검토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팀장님 : 그래. 어떻게 운영하던 두 사람이 정하시고, 탈 없게 잘 지켜봐.

K매니저 : 알겠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자리를 비우셨고 K매니저가 이어서 얘기했다.

K매니저 : 들었지? L매니저 업무 당분간 커버해야 하니까 업무파악 해놔.

나 : L매니저 업무는 거의 지출내역 관련해서 전산으로 전표처리하는 업무인데... 이거 운영업무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전표처리를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업무 인수인계안도 없어서 K3매니저가 남겨놓은 파일 있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K매니저 : 그니까~. K3매니저한테 인수인계파일 물어보고 나서 얘기해! 그리고 너 SAP 전표처리하는 거 알잖아?!

나 : ... ('그건 너도 알잖아!!!') 업무 양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K3매니저도 힘들어했고 퇴사한 건데... 제 현재 업무에 이것까지 더하면 조금 무리일 듯합니다.

K매니저 : 사람 구할 거니까 그때까지만 하자. 아니, 이거는 이래서 못하고 저거는 저래서 못하면 어떻게 회사생활하냐? 업무 진행에 대해 이상 유무는 내가 검토할 테니까 그렇게 해라.

나 :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검토하신다고 하셨으니 전표 기안 때 '결재라인'의 '검토'란에 매니저님 추가해서 진행하겠습니다.

K매니저 : 야. 전표 기안 때 그냥 팀장 전결인데 뭘 '검토'를 넣냐? K3랑 K2가 업무 할 때 나 검토로 넣는 거 봤냐?

나 : 안 넣는 거 아는데 제가 업무를 제대로 하는 건지 확신할 수 없고 검토하신다고 하셨으니 말씀드린 겁니다.

K매니저 : '검토'란에 나 넣을 필요 없고, 전표 올리면 내가 팀 결재방에서 알아서 볼게

대화를 일방적으로 마치고 K매니저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했다. '결재라인'에 포함된다는 건 공식적인 업무를 뜻한다. 내가 업무상 실수가 있어도 본인은 책임에 대한 회피를 먼저 생각하는 게 확실하다. 그리고 그런 업무상의 실수가 있을 시 팀장님께서는 업무의 기안자인 나를 채근하실게 분명하다. 인원 충원 전까지 업무에 치일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안 그래도 기피하는 팀으로 소문났는데... 팀장님하고 K매니저... 사내 충원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외부 충원이 빨리 진행되어야 할 텐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하루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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